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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이야기/물리

뉴턴의 힘은 정의인가?

물리를 배우게 되면서 처음 접하게 되는 개념 중 하나가 `힘`이다.

`힘이 세다.`, `힘이 든다.` 와 같이 일상에서 힘이란 용어를 흔히 쓰기 때문에 뉴턴의 법칙의 힘을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인 후 경우가 많으나 생각해 보면 힘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질량은 저울로 측정할 수 있으며, 가속도 a는 위치 변화에 대한 시간의 이차 미분으로 수학적인 정의이지만 힘이란 과연 무엇인가?  힘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며, 잴 수도 없고, 수학적인 정의도 아니다.

힘은 가속도에 질량 곱한 것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1인치 = 2.54 x 1cm를 법칙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단순히 어떤 물리량에 상수를 곱한 정의는 법칙이라고 볼 수 없다. 

파인만은 뉴턴의 힘이 정의가 아니라  법칙이라 하였는데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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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1권의 12장 1절 [힘이란 무엇인가?] 내용 중,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뉴턴의 법칙이라 불리는 F=ma의 의미는 무엇인가? 힘과 질량, 그리고 가속도의 의미는 또 무엇인가?” 질량의 의미는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위치와 시간의 개념을 알고 있다면 가속도도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장에서 철저하게 알아보기로 하자.

 일단, 대답은 간단하다. “임의의 물체가 가속되고 있으면 그 물체에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뉴턴의 운동 법칙이다. 따라서 “힘은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양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간결하고 정확한 정의이다.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지금 우리 앞에 “임의의 계에 작용하는 외부 힘(외력, external force)의 합이 0이면 그 계의 운동량은 보존된다”는 법칙이 주어졌다고 하자. 그렇다면 당장 질문이 떠오른다. 외력의 합이 0이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누군가가 “계의 총 운동량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외력의 합이 0인 상태다”라고 대답했다. 여러분은 이 대답에 만족하는가? 아니다, 만족하면 안된다. 이것은 잘못된 대답이다. 왜냐하면 이 대답 속에는 새로운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질량X가속도=힘이라는 근본적인 법칙을 발견하여, 질량X가속도를 힘으로 정의했다면, 그는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 아직 하나도 없는 셈이다. 우리는 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도 있다-“등속 직선 운동을 하는 물체에는 아무런 힘도 작용하고 있지 않다” 이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등속 직선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 물체에는 무언가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는 “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또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 채 제자리를 도는 논리는 물리학의 범주에 들 수 없다.
  ▷ 수학적인 정의는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위에 언급한 뉴턴의 운동 법칙은 힘에 대하여 매우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어서 수학자들에게는 유용할지도 모르지만, 물리학자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정의로부터는 어떠한 예측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어를 정의하는 일은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두 개의 공이 충돌했을 때나 용수철에 물체를 매달았을 때, 후속 상황을 예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자연은 인간이 어떤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건, 그것과 무관하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물체를 건드리지 않는 한, 물체는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는 서술을 맞는 것으로 채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후에 어디선가 혼자서 움직이는 물체를 보았다면 그 물체에 ‘심’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여기서, 심은 위치의 변화율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놀라운 법칙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심이 작용하지 않는 물체는 항상 제자리에 정지해 있다”는 멋진 법칙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법칙은 아무런 정보도 담고있지 않다.
  물리학 법칙은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뉴턴 법칙의 진정한 의미는, 힘이 F=ma로 표현될 뿐만 아니라 어떤 ‘독립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턴을 비롯한 그 누구도 이 독립적 성질에 대하여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F=ma는 완전한 법칙이라 할 수 없다. 이 법칙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양을 힘이라고 정의하면 그 힘은 어떤 단순하고 일관성있는 성질을 갖는다는 사실 뿐이다. 그것도 명쾌하게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넌지시 암시해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힘들 중에서 제일 먼저 발견된 것은 뉴턴의 중력이었다. 그리고 뉴턴은 중력을 설명하면서 “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하였다. 만일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힘이 중력뿐이었다면 중력 법칙은 뉴턴의 제2 법칙(F=ma)과 더불어 완전한 이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힘들이 존재하며, 우리는 뉴턴의 법칙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진도를 더 나가기 전에, 힘의 성질에 대하여 좀 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물리적 대상이 될 만한 물체가 없으면 힘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서,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는 힘이 0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암암리에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힘이 0이 아니면 어딘가에 힘의 근원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은 앞에서 언급한 ‘심’과 같은 가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힘은 단순한 정의가 아니라 물질적 근원을 갖고 있는 물리량이다.
 ▷ 뉴턴의 힘은 물질적 근원을 갖는 물리량이며 단순한 정의가 아니다.

뉴턴은 힘에 적용되는 하나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라는 법칙, 즉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칙은 항상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F=ma도 정확하게 맞는 법칙이 아니다. 만일 이것이 일종의 정의였다면 당연히 ‘항상’ 참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여러분은 이렇게 따지고 싶을 것이다. “저는 대충 맞는 건 싫습니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싶다구요. 교과서를 보면 과학은 모든 것이 정확하게 정의된 정확한 학문이라고 적혀 있잖습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확한 정의는 절대로 내릴 수 없다! 첫째 이유는 뉴턴의 제2법칙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물리학의 법칙이라는 것이 모두 다 근사적 서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단순명료한 명제라 해도, 완벽하게 맞는 것은 없다. (중략) 그런데 의자를 정확하게 정의하려면 수많은 원자들 중에 어떤 원자들이 의자에 속하고 어떤 원자들이 대기에 속하는지, 그리고 어떤 원자들이 먼지를 이루고 어떤 원자들이 페인트에 속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이라면 할 수 있겠는가? 물론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의자의 질량은 근사적으로 측정될 수밖에 없다. 의자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체가 없기 때문에 물체의 질량은 대략적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략) 유클리드 기하학의 추상적 선의 개념이 실제의 측량에 적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논리적 추리로 알아낼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경험에 의해 좌우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F=ma는 정의라 할 수 없다.
  현실에서 완벽한 정의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물리법칙은 근사적 서술이다.
  ▷뉴턴의 힘에 관한 내용도 완전하지 않으며 근사적 서술이다.
  ▷따라서 뉴턴의 힘에 관한 내용은 ‘정의’ 라기 보다 물리법칙이다.


2줄요약

1. 정의는 완벽해야 하고 물리법칙은 태생적으로 근사적인데 F=ma는 완벽하다기 보다 근사적이다.
2. 정의에는 새로운 정보는 없고 법칙에는 새로운 정보가 있는데 뉴턴의 법칙에는 새로운 정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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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F=ma에서 F는 단순히 가속도에 질량을 곱한 수학적인 정의가 아니다.

 뉴턴의 법칙은 논리적인 증명이나 완벽한 검증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다. 행성에 경로 뉴턴의 법칙이 작은 오차내로 잘 들어 맞음이 증명되었지만 우주의 모든 물체에 대해서 맞는지 확인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모든 물체에 대한 검증은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ma가 범우주적인 법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 덕분에 힘을 받고 있지 않은 물체는 앞으로 계속 등속운동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고 속도가 변하고 있는 물체에는 어떠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F=ma는 정의라고 보다는 `법칙`이다.

뉴턴의 힘은 물체의 속도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뉴턴은 물체에 속도 변화가 있으면 그 원인이 반드시 있다고 보았으며, 그 원인이 힘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해 보일지 모르는 말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상대성이론에서 물체는 그저 변화된 공간의 곡률을 따라갈 뿐, 가속도를 어떤 원인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어쩌면 뉴턴의 법칙에는 인과론적 우주관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