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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느끼는 것

어둠의 양면

달리는 버스 안, 밖은 어둠이 내리고 차는 가로등이 듬성등성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나는 산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음영을 바라보고 있다. 어둠 깊숙이 보이는 산기슭을 보면서 낮의 그곳을 그려본다. 그러고 보니 왠지 모를 두려움과 거리감을 주는 그곳도 그리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각이 좁아져서 그렇게 느껴질 뿐 어둠이란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니다.`

어둠이 내린 들판, 선선한 바람과 함께 나는 짧은 걸음을 나섰다. 보리밭 위를 덮은 어둠이 산을 저만치 뒤로 물렸다. 이렇게 개방된 곳에 이상하게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걸을수록 주위가 점점 고요해져 간다. 순간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종이가 바람에 떨고 있다. 저 어둠 속에 누군가 있는 거 같아 다가가서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다. 분명히 낮과 같은 곳인데 무언가 다른 기운이 감돈다. `어둠에 단순한 어둠이 아닌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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