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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느끼는 것

표류

이런저런 얘기들로 채워져 있는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보니
별 내용 없는 내 블로그는 메마른 내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어느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인 것 같은
그 사람의 블로그는 온통 자기만의 색깔들로 채워져 있어
자기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쩐지 고독할 것만
같은 캐릭터를 보는 것도 같았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자주적인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 사람만큼이나
내 삶을 사랑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고,
삶을 풍성하게 누리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자기 연민과
거짓으로 채운 시간에 대한 성찰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의무와 책임이라는 틀에 갇혀 이제는 나만의
시간도 줄어들고 점점 평범해지고 있는 지금,
나의 세계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되고 싶었던
이유 역시 거짓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삶의 표류에서 언제쯤 정박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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